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던 바이든 정부가
정작 지급 시기를 앞두고 신청자가 폭주해 나눠줄 돈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관련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오늘은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급 문제
▷ 보조금 지급 예상 시점 및 규모
▷ 글로벌 반도체 투자
▷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급 문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 상당수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러몬도 장관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너무 많은 기업이 보조금을 신청해서 미 정부가 줄 수 있는 규모의 두 배를 넘었다며
따라서 신청했지만 못 받는 기업이 상당수일 것이고, 신청액의 절반만 받아도 다행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2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법을 근거로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기존 설비를 증설하면 60~70조 원의 돈 보따리를 풀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보조금을 기대하고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들을 포함해 대만 TSMC 등등 전 세계 굵직한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에 조 단위의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당시에 미국 정부는 기업들에게 우선 보조금을 신청해 놓고 투자해서 공장을 지으면 나중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여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줄 것인지 확정하지 않아서 기업들 입장에선 답답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예상보다 신청이 많아 보조금을 못 받을 수도 있고 절반만 받아도 다행이라는 말을 한 것인데
애초 미국이 풀기로 한 보조금의 규모는 공장을 지을 경우 390억 달러,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 달러를 더해 5년간 총 522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특히 공장을 지으면 주는 보조금 390억 달러 중 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에게 할당된 것이 280억 달러로 우리 돈 37조 원 수준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이 모두 이 37조 원의 예산에서 보조금을 지급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당초 예상한 460개 기업보다 더 많은 600개 이상의 기업이 신청하면서 요청한 보조금 규모만 700억 달러를 넘었고
이에 따라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진행하고도 보조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 보조금 지급 예상 시점 및 규모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3월 말까지 주요 기업의 보조금 규모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규정상으로는 신규 투자한 제조설비 한 곳당 최대 30억 달러까지 각 프로젝트 총비용의 15%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3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25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로선 보조금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습니다. 러몬도 장관이 밝힌 대로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지만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기업에 먼저 지급하며 외국 기업들이 보조금 배정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반도체 법 보조금 지급을 확정받은 기업은 총 3곳으로,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와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스"와 "글로벌파운드리스"입니다.
그리고 보조금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인텔은 아직 보조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근 인텔과 미국 정부가 10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 지급안을 두고 협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만약 이 100억 달러가 첨단 반도체 기업에 할당된 예산 280억 달러에서 지급된다면 결국 나머지 600여 개 기업들이 180억 달러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지급 규모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실제 지원금은 설비 투자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투입되며
러먼도 장관의 발언 중에 미 상부무는 상대적으로 적은 보조금을 신청한 소규모 기업들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는 점과
또 미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의 20%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함에 따라 2030년까지 완료 예정인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구체적인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는 미국의 보조금 발표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글로벌 반도체 투자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글로벌 투자와 기술 개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일본은 TSMC의 투자를 유치하며 일본 반도체의 부활을 외치고 있고, 며칠 전에는 우리 기업이 앞서있는 HBM 기술을 미국 마이크론이 따라잡았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반도체 패권을 쥐려는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70조 원의 예산을 무기로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기지를 대거 유치했습니다.
최첨단 로직 반도체는 미국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투자가 몰리면서 2030년이 되면 관련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이 2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주에 일본 규슈에 TSMC 신공장을 준공했는데
이때 TSMC가 공장 짓는데 쓴 돈의 절반 가까운 돈을 지원금으로 지급하며 일본 반도체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반도체에 꼭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본래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D램이고 그만큼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HBM에서 후발주자였던 미국 마이크론이 갑자기 첨단 모델을 양산까지 해서 엔비디아에 곧 납품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당장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기술을 따라잡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그만큼 마이크론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위협 요소가 더 커진 상황이 되면서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