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중국은 옐런의 지적에도 앞으로 자국 산업설비 투자 확대를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오늘은 이번 옐런 장관의 방중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미국, 중국의 과잉생산 지적
▷ 미국, 중국의 과잉생산 지적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미국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이 자리에서 중국의 과잉생산을 지적했습니다.
현재 미국이 중국에 가진 최대 불만은 저가 공세로 세계 산업을 위협하는 중국의 과잉 생산 그리고 불공정 관행입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내수시장이 침체하고 생각보다 빨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미 수년간 정부 보조금을 쏟아부었던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반도체 같은 분야의 제품들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소화가 안되니 세계 시장으로 저가에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걸 중국발 디플레이션 수출(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현상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린 각국의 기업들이 자리를 잃고 문을 닫게 되면서
결국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실제 옐런 장관은 2000년대 초 '차이나 쇼크'를 언급하며 당시 중국산 수입품의 홍수로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약 200만 개 파괴됐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10년 전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보조금)으로 저가 중국 철강 제품이 세계 시장에 넘쳐났고, 전 세계와 미국 산업을 황폐화했다면서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배터리 수출의 약 50%를 차지했고, 전기차 수출 점유율도 47%를 넘어섰습니다.
옐런 장관이 지금 중국의 생산 능력이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고 지적한 맥락이기도 합니다.
한편 현재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가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이 선택한 방법은 대규모 부동산 투자와 산업생산 설비 투자였습니다.
그때 산업 시설마다 막대한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고 시진핑 2기 들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고 신재생에너지에 또 엄청나게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면서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자금줄이 되어주던 주요 국유은행들에 대해
부동산으로 가던 돈을 제조업으로 향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한 해 동안 제조업으로 자금이 엄청나게 흘러들어 가며 생산능력을 더 키우게 됐고
그 물량을 처리하려다 보니 내수시장에서는 다 소화하지 못하면서 결국 해외에 저가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중국은 2015년 전 세계 수출의 약 3.5%를 공급했던 수준에서 2022년에는 그 비율이 20%까지 올라갔습니다.
옐런 장관의 방중은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만인데, 바이든 행정부가 옐런 장관을 통해 왜 과잉생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지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결국 중국산 전기차나 배터리에 새로운 관세나 무역 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중국은 미국 옐런 장관의 과잉생산 문제 지적에도 개의치 않고 산업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1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공업정보화부 등 7개 중국 정부 부처는 공동으로 '공업분야 설비갱신 촉진 실시방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첨단 설비 업데이트, 디지털 전환, 친환경 장비 보급, 안전 수준 향상 등 4가지 핵심 과제가 담겨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2027년까지 산업 설비 투자 규모를 2023년에 비해 25% 이상 늘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또 같은 해까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디지털 연구개발 설계장비 보급률이 90%를 넘도록 하고
핵심 공정에 대한 디지털 제어 가능 비율도 75%를 초과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방안을 통해 신산업을 촉진하는데 중점을 두고 제조업의 기술 혁신과 디지털, 녹색 전환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미국의 우려와는 별개로 중국은 생산력 확대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올 11월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무역 분야에서 자국우선주의는 바이든과 트럼프를 가리지 않고 강조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전 세계 무역의 흐름도 한동안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