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에 대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재건축 절차에 착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것인데
안전진단 규제를 낮췄음에도 사업 속도가 나지 않아 노후 주택의 재건축 인허가 허들을 아예 없애겠다는 조치로 보입니다.
오늘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소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정부 재건축 규제 완화 추진
▷ 안전진단의 기존 의무화 배경
▷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
▷ 정부 재건축 규제 완화 추진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중 재개발,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중랑구 소재 모아타운에서 열린 '도심 주택공급 현장 간담회'에서 앞으로 재개발, 재건축의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 될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번의 가장 큰 변화는 주택이 준공된 지 30년만 넘으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재건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핵심 절차로 재건축을 하려면 안전진단 D~E등급을 받아야,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등 본격적인 절차 진행이 가능합니다.
지난 정부에서 안전진단을 강화한 후 2018년 3월~22년 11월까지 전국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21곳에 불과할 만큼 사업 추진에 중요한 절차로
주택이 오래된 것만으로는 안 되고 실제 주택이 낡아서 안전에 위협이 될 정도가 돼야 재건축의 최소 요건이 충족되는 것이었습니다.
주택이 위험해 재건축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받으면 그다음에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만드는 절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 튼튼한 기둥식 구조로 지어진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준공 46년이 지나서야 이 안전진단을 통과했습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꾸준히 손질해 왔습니다. 안전진단도 이미 한 차례 기준을 완화하면서 연평균 13단지에 불과하던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올 들어 163개 단지로 대폭 늘었습니다.
하지만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하고 공급부족 우려가 심화하면서 보다 확실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서울은 재건축, 재개발이 되지 않으면 땅이 부족해 사실상 획기적인 주택 공급이 힘든 상황입니다.
추후 발표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야겠지만, 만약 정부안대로 규제가 풀린다면 노후 주택 주민들은 일단 재건축 조합을 만들고 이후 안전진단을 진행할 수 있기에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기간이 최소 1~2년은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준공 30년 이상된 노후 주거용 건물은 전체의 54.3%(23만 3825동)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현재 서울의 전체 약 185만 가구 중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37만 가구로 20% 수준입니다.
제도가 바뀌면 서울 아파트 다섯 채 중 한 채 가량이 혜택 범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 안전진단의 기존 의무화 배경
기존에 안전진단 규정을 도입하게 된 것은 멀쩡한 주택을 무작정 헐고 새로 짓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구조안전성이나 주거 환경, 시설 노후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지만 이 안전진단도 본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돼 왔습니다.
정부나 지자체는 재건축의 공급, 시장 가격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왔는데
부동산 상승기에는 재개발 차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일어납니다. 재건축에 대한 미래 기대감이 현재 가격에 미리 반영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안전진단 등급을 꽉 틀어쥐고 재건축 공급을 조절하는데 사용한 것입니다.
실제 정부마다 안전진단 통과 건수가 크게 차이 나는데, 지난 정부 5년간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다 합쳐서 70건이 안 됐습니다.
반면 현 정부에서는 올해만 160건이 넘게 통과되었는데,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안전진단 통과 기준이 고무줄처럼 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
전문가들은 건물 위험성에서 노후도로 재건축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간 정비사업 관련 규정들은 사업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더 컸으며 누적된 노후주택이 많아진 가운데 규제를 현 상황에 맞게 바꾸는 것은 충분히 논의할 만한 사항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주택 시장이 침체했을 때는 규제를 풀어도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아 시의적절하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규제 완화가 재개발, 재건축 사업 기간 단축하며 효과를 볼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실제 공급량이 크게 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미 정부가 지난 1월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즉 노후화 비중을 50% → 30%로 줄였습니다.
대신 주거환경 비중이 15% → 30%로, 설비 노후도 비중이 25% → 30% 높아지며 구조적 안전보다 주거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고
또 이 전에는 2차 안전진단인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사실상 폐지한 상태입니다.
그만큼 이미 안전진단 규제가 느슨해졌던 상황에서 나온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더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 공급부족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안전진단 때문이 아니라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PF부실 리스크와 함께 지금 상황은 공사원가가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알짜 사업만 골라서 하게 되고 사업장은 시공사 선정에서 막히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시공사에서 부동산 호황기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까지 지나치게 개발에 나서며 PF 부실을 일으켰기에 할 말은 없을 것 같고, 정부도 옥석 가리기를 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모든 사업장을 세금으로 살리겠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업성도 중요하지만 업계에선 현재 용적률 규제를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이미 30년 된 아파트 중 용적률이 200~300%인 곳이 많기에 기존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는다고 해도 세대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안전진단 통과부터 평균 13년이 걸리는 사업 기간을 감안했을 때 안전진단만 빼준다고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늘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을 확인해 봤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는 내년 1월 즈음이 되었을 때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지만 정부의 성향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았던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겹친 만큼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현재는 정부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었을 때 참고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