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3년 1월에 3.5%로 25bp 올리는 결정 이후 8번 연속으로 기준 금리 동결을 결정했는데
이는 시장에서도 강하게 전망하고 있던 것으로 동결 자체가 큰 뉴스는 아니지만, 이번 회의 후 나온 통화정책방향문에는 차이점이 있어
이를 통해 한국은행이 보는 전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 통화정책방향문에 대해
▷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 중소기업지원?
▷ 시장의 평가
▷ 통화정책방향문에 대해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내부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일정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고 회의 내용을 '통화정책방향'이라는 자료로 배포합니다.
이를 '통화정책방향문' 또는 줄여서 통방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번 통방문을 직전인 지난 11월 금통위 회의와 비교해 보면 가장 큰 특징은
통화정책 부분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라고 했던 문구가 이번에 아예 빠졌다는 점입니다.
지난 11월에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75%로 25bp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는데, 이번에는 만장일치로 동결이 결정된 것입니다.
통방문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고, 아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점검하겠다"라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통방문에 추가 인상 문구가 아예 빠진 것을 두고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고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는 문구는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이것 말고도 부동산 PF 리스크가 증대됐다는 문구가 추가된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회견에서도 가장 많이 나왔던 질문이 바로 부동산 PF 리스크였는데
우선 태영건설 워크아웃 상황에 대한 한은의 답변은 "태영건설 이슈는 현재 한은이 대응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은이 돈을 발행하는 유동성을 동원해서 태영건설 이슈에 지원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것입니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올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PF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많이 나오는데
한은은 부동산 PF 문제가 더 커져 금융 불안이 확산한다면 그때 지원할 부분들에 대해서 역할을 할 것이다고 했으며
아직은 시스템 리스크 수준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입장을 분명히 보였습니다.
▷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시장에선 이번 발표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부동산 PF와 관련해서도 이는 22년부터 언급되어 오다 최근 태영건설 이슈가 터지고 부동산 PF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한은이 이번 통화정책 결정에 고민이 되겠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통방문을 보면 금통위가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게 확실히 보였지만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시기상조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창용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전달한 메시지도 사견이라고 달았지만 아래와 같이 언급했습니다.
"데이터가 변하면 다시 봐야겠지만 6개월 정도는 금리 인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전망 의견은 매번 회의마다 달라진다는 점을 참고해야 합니다만, 이창용 총재의 이번 메시지만 보면 사실상 올 상반기 중에 금리 인하는 없다고 한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됩니다.
즉, 시장이 기대하는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해 통방문과 이창용 총재의 기자회견을 정리하면 "아직 한은은 여전히 긴축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라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 중소기업지원?
한은이 금통위에서 지방 중소기업을 돕겠다고 한 말도 있었는데 이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9조 원 규모의 특별 지원을 실시한다는 내용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다음 달 7일부터 7월 말까지 6개월간 총 9조 원을 중소기업 전 업종에 공급하는데 주점업과 부동산은 배제되었습니다.
실시 배경은 한은이 통화 긴축 기조를 장기간 이어가겠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자 비용, 즉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는 부분에 대해
취약 업종이거나 중소기업은 힘들 수 있으니 돕겠다는 목적으로
영업 이익내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을 한계기업이라고 하는데 중소기업들이 한계기업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평은 엇갈렸는데, 당초 6조 원이던 지원 비용을 9조 원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늘리는 게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 이후 처음으로
이 지원 비용이 늘어나다 보니 이것이 경기부양정책 아니냐, 사실상 시장에 돈을 푸는 금리인하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금통위에서 조윤재 위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 통화정책 완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하여 소수 의견으로 반대했었다고 합니다.
▷ 시장의 평가
우선 시장에선 기존 2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그라들고 이르면 7월쯤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0.5~1%p 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인데 7월 이후 2~3 차례 인하한다면 연말에 2.75%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도 하고 있습니다.
고금리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더라도 내수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기준 금리 시나리오와 물가 둔화가 얼마나 가시화되는지 그리고 부동산 PF 리스크와 최근 중동 지정학 리스크 등을 살피며 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 금리에 대한 전망은 매번 있는 회의마다 금융 여건 및 데이터, 지정학 리스크 등이 달라져
이번에 있었던 회의 결과 및 전망만으로 올해를 다 내다보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이번 통방문과 기자회견 내용을 통해 한은이 동결과 인하라는 두 가지 카드에 집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금리 전망에 조금은 맥을 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리더십이 변경될 수 있는 투표가 많고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중동 분쟁도 아직 진행형이라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망을 공유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