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함께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Motional)을 설립한 미국 기업 앱티브(Aptiv)가 모셔널의 유상증자 불참 선언과 함께 지분 일부 매각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현지 자율주행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오늘은 앱티브의 투자 중단 내용과 함께 업계 내 자율주행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앱티브 투자 중단 발표
▷ 자율주행 사업의 전망
▷ 앱티브 투자 중단 발표
1일 외신에 따르면 케빈 클라크 앱티브 CEO는 지난해 4/4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셔널이 기술 및 상용화 측면에서 발전을 지속하고 있지만, 앱티브의 투자 범위를 핵심사업 분야로 축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앱티브는 이날 공개한 올해 사업계획 자료에서 모셔널의 유상증자 불참과 함께 모셔널에 대한 지분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지분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기약 없이 개발비용만 투입되고 있는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 사업에서 한 발 빼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자율주행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되어 모셔널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인데
클라크 CEO의 발언들을 더 살펴보면,
"기술 개발 측면에선 모셔널이 꾸준히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하드웨어와 결합해 구현하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온디맨드(on-demand : 주문형) 모빌리티 시장에서 채택되기 정말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앱티브는 지난해 한 해에만 모셔널로 인한 지분 평가손이 3억 4000만 달러(약 4500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24년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던 모셔널 입장에서 앱티브의 투자 축소 결정은 악재로 평가되는데
모셔널의 유상 증자는 다음 달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의 결정과 무관하게 기존 모셔널에 대한 투자 방침을 이어나간다는 뜻을 비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포브스도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모셔널을 지원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앱티브의 지분을 매입하고 추가 지원을 위해 다른 투자자를 찾아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완전 자율주행 및 로보 택시 상용화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입니다.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모셔널의 영업손실은 약 6008억 원이며
수천억 원대의 순손실이 이어지며 현재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에 추가 자금을 위해 증자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모셔널은 지난 2020년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공동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 리프트와 함께 아이오닉 5 기반의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개시하기도 했습니다.
설립 당시 현대자동차가 1조 2678억 원, 기아가 6969억 원, 현대모비스가 4978억 원을 출자해 총 2조 5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들여 50% 지분을 취득했으며
나머지 지분 50%는 앱티브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을 위한 모셔널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조 단위 자금을 투자, 해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당시 이목을 끌었습니다.
▷ 자율주행 사업의 전망
곧 도래할 것 같았던 '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은 갈수록 늦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이전만 해도 고도의 자율주행 상용화가 곧 이뤄진다며 애플, 구글, GM 등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 기업이 뛰어들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자동차 기업들은 최근 자율주행 사업을 중단, 축소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에 의한 인명 피해 사고도 잇따르면서 사업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2017년 총 36억 달러(4조 8000억 원)를 투자하며 설립한 스타트업 아르고AI는 2022년 말 폐업했습니다.
아르고AI는 21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어느 양산차 제조사도 실현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 외에 GM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로보택시에 레벨4 기술을 적용하고 지난해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료 운행까지 시작했는데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됐지만 지난해 10월 로보 택시가 인명 사고를 일으키면서 석 달 만에 사업을 전면 중단했으며 현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결국 GM은 지난달 30일 올해 로보택시 자회사 크루즈에 대한 지출을 10억 달러(약 1조 3300억 원) 가량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의 전반적인 기조가 운전자 보조장치 정도로 자율주행 사업에 대한 목표치를 하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만 한편에선 잇단 몸살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인데 구글 웨이모는 미국에서 로보택시 사업 지역을 차근차근 확대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완전자율주행(FSD) 12 버전을 베타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 어려움이 있어도 꾸준히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해야 결국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지배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시장의 흐름으로 떠오르던 완전 자율주행이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이 개척되는 순간에 결국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 기업인지가 주도권을 가지는 힘이 될 텐데 지금은 이러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어려움이 지나가는 시간으로 보입니다.
이 속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누가 될지 생각하며 현대자동차 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그 위상이 얼마나 높아지고 이어질지를 같이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