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했던 홍콩 H지수 ELS 상품에서 불과 최근 5일 만에 1000억 원이 넘는 원금 확정 손실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결국 우려했던 ELS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H지수가 지금처럼 5400선에 머무른다면 올 상반기에 원금 손실액만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홍콩 ELS 확정 손실 내용과 함께, 금융당국의 현재 상황과 배상은 불가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홍콩 ELS 손실 현황
▷ 앞으로 예상되는 손실 및 전망
▷ 홍콩 ELS 손실 현황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 은행(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에서 판매된 홍콩 H지수 ELS 상품에서 올 들어 12일까지 '1067억' 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8일에 첫 손실이 확정되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후 12일까지 불과 5일 만에 손실이 1000억 원을 넘은 것입니다.
은행권에선 KB, 신한, 하나, 농협 등 4개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ELS 가운데 지난 12일까지 3년 만기가 된 2105억 원어치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50.7%를 기록했습니다.
원금 2105억 원 중 절반을 넘는 106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입니다.
만기 일자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상품에선 최고 -52.1%의 손실도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확정된 손실액 82억 원이 더해지면 은행권 홍콩 H지수 ELS 원금 손실액은 1149억 원에 이릅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홍콩 H지수 ELS에 대해 다시 간단히 살펴보면,
홍콩 H지수와 연계된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으로 통상 가입 후 3년 뒤가 만기인데 만기 때까지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원금과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지만
(통상 가입 시점의 지수 대비 70%보다 위)
원금손실 발생 기준선(녹인 베리어, 통상 가입 시점보다 H지수가 70% 밑으로 떨어지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추려서 산출된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말합니다.

현재 이러한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이유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 H지수가 반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홍콩 H지수는 지난 21년 2월 12000 선을 넘었으나 그 해 말에 8000 선까지 떨어진 후 현재 5400 대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통상 녹인(Knock-in) 형은 녹인 발생 시* 최종 상환 기준선인 통상 70%를 넘어야,
녹인 미발생 시* 통상 50%를 넘어야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녹인 발생 시'란, 운용 중 상품에서 '녹인'이라고 설정한 하한선보다 지수가 떨어지는 경우
'녹인 미발생 시'란, '녹인'이라고 설정한 하한선보다 지수가 떨어지지 않는 경우
노 녹인(No Knock-in)형 ELS 상품은 65% 정도가 수익상환 기준선을 나타내는데
결국 올해 상반기 홍콩 H지수가 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으로 올라가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예상되는 손실 및 전망
문제는 앞으로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홍콩 H지수가 고점이던 21년에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일별로 계속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손실액은 계속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 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이 19조 3000억 원으로 전체 잔액의 80%인 15조 4000억 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합니다.
그런데 이 금액 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10조 2000억 원의 만기가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1분기 : 3조 9000억 원, 2분기 : 6조 3000억 원)
H지수가 지금과 같은 5400선을 유지할 경우 4대 은행(KB, 신한, 하나, 농협) H지수 ELS 상품에서는 이달에만 3400억 원의 손실액이 확정됩니다.
결국 H지수의 상승은 중국 경제와 관련되어 있는데 증권가에선 중국 부동산 경기 회복과 지방정부 부채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단기간 내 H지수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LS 대규모 원금 손실이 가시화되면서 금융당국은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하고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주요 판매사 12곳 :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
만약 불완전 판매가 입증될 경우 판매사가 손실액 일부를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와 21년 라임펀드 사태 당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금융사에 권고했고
이 외에도 금융사와 투자자들이 자율 협의를 거쳐 보상 수준을 정하는 사적 화해 방식도 언급됩니다.
이번 대규모 손실이 가시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는데
지난 12일까지 은행권에 접수된 H지수 ELS 관련 민원은 1410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며
이 중 40%에 달하는 518건이 올 들어 접수됐습니다.
투자자들은 ELS가 고위험 상품임에도 은행에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오는 3월까지 H지수 ELS 손실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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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 상품의 손실에 대한 내용을 다뤄봤습니다. 손실 규모가 커서 이로 인한 사회적 파급력을 감안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자와 판매하는 은행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이지만 결국 이런 금융 사고는 예전부터 계속되어 왔기에 이번 일을 기준으로 단절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에 있어서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힘을 길러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해 봅니다.